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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쓴 일기.

소흐 2026-05-27 조회 115

잠이 오지 않는다.

반년쯤 된 것 같다.

해가 뜰 무렵, 머리맡에 명상유튜브영상을 하나 틀어놓는다.

생각을 비우면 잠이 올 거라 생각해서 고르고 골랐다.

숨을 고른다.

그럴 때마다 기억은 제 빈틈을 견디지 못하고 -반쯤은 연인이었던- 그가 목을 매단 모습을 멋대로 보여준다.

할머니의 혐오가 가득 담긴 표정과 함께 내 곁을 떠나고 얼마 후 낯선 사람의 집에서 굶어 죽은 내 첫 번째 강아지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아득한,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가장 친했던 친구의 모습도 보여준다.

목격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사건의 흐름을 추측해본다.

그 과정에서 나의 나약함을 발견하고는, 자기 연민에 빠진다.

자기 보호 본능, 사람과 세상과 멀어져야 하는 근거를 쉬지 않고 찾아낸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상처받는다.

마주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조금씩 벽을 쌓아간다.

눈을 감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 의식이 있다.

비릿하고 습한 공기가, 열린 문을 통해 방에 조금씩 차오른다.

금세 타닥타닥,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니 문을 닫아야겠다며 괜히 몸을 일으켜본다. 

다시 잠이 깬다.

중력에 무거워진 몸을, 다시 침대 맡의 영상을 향해 쓰러뜨렸다.

요즘 푹 빠져있는, 너무 예쁘게 생긴 한 연예인의 필모그래피를 구경하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나의 초라한 이력을 비교하며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의 시간을 돌이켜 본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이토록 괴로운 일일 줄은 몰랐다.

결핍을 확인하는 괴로운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그냥 살아가는 것, 그저 살아내는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렵다.

내가 살지 못했던 삶에 대한 동경이, 내가 살 수도 있었을 모든 삶을 통틀어, 지금의 삶이 가장 실패작임을 증명한다.

뼛속까지 처절하게 초라해진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고 믿었는데 그 믿음이 우습다는 듯 매일 나의 새로운 초라함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구석구석 살필 수 있는 통찰이 생겼다.

그러면서 더 불편한 나를 마주한다.

내가 몰랐던 나, 초면의 타인처럼 낯설다.

비가 그쳤지만 다시 문을 열지 않았다.

수 백번 숨을 고르다 포기하고 눈을 떠 몸을 일으켰다.